같은 진단, 같은 데이터, 정반대의 결론
내 생명을 지키는 힘
인맥보다 강한 환자의 건강 문해력
같은 진단, 같은 데이터, 정반대의 결론
5년 전, 한 페친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유방과 자궁내막의 종양 진단을 받고 즉각적인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학병원에서 받은 재진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당장 수술하기보다 조금 더 관찰해보자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같은 질환, 같은 검사 데이터를 두고도 병원에 따라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두 번째 병원의 주치의는 환자와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였고, 그 덕분에 일반적인 외래 진료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정밀한 진료와 상담이 이루어졌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수술 권유를 받았던 종양들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관찰을 선택했기 때문인지, 면역 체계의 자연 퇴행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묻곤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인맥 그 자체가 아닙니다. 핵심은 의학적 공동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이 가능할 만큼의 충분한 정보와 시간이 확보되었느냐에 있습니다.
현대 의학에는 과잉 진단(Overdiagnosi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착한 종양까지 발견하여 불필요한 침습을 가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모든 종양이 공격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떤 병변은 진행이 매우 느리거나, 휴지기 암(Cancer Dormancy) 상태로 몸속에 머물며, 때로는 면역 체계에 의해 자연 퇴행(Regression)하기도 합니다.
전립선암 저등급, 갑상선 미세유두암 등 일부 암종에서 즉각적 치료 대신 정기적 모니터링으로 경과를 지켜보는 국제 가이드라인 기반의 전략. 담당 전문의와의 면밀한 상담 하에 결정됩니다.
만약 환자가 자신의 종양이 고위험군인지, 저위험군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주치의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다음과 같은 능동적인 제안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암은 지켜보면 낫는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악성 종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신속한 치료가 필수입니다. 모든 의료적 결정은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담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설명, 그리고 생각할 시간이 주어질 때 치료의 방향은 훨씬 더 환자 친화적이고 정교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선택은 환자와 의사 간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의사의 권유 뒤에 숨겨진 의학적 옵션들을 이해할 수 있는 환자의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본 포스트는 환자의 의료 정보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적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모든 의료적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의 어떠한 내용도 현재 진행 중인 의료적 검사나 치료를 자의적으로 거부·지연하는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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